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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장이라면 수장답게

루아 lua 2024. 9. 20. 22:00

옛날, 두 세력으로 갈라져버린 용들이 있었습니다.
나누어진 중심축은 '인간에 대한 처벌'이었지요.
'인간 말살'과 '작은 처벌'

 
그리고 이 시대에 태어난 불운한 남매 용이 있었습니다.
그들이 약했더라면. 아니, 최소한 그렇게 강하지만 않았더라면 그리 불운하진 않았겠지요.
슬프게도 그 남매는 의견이 달랐습니다.
오라버니는 '작은 처벌'을 주장했고, 여동생은 '말살'을 주장했습니다.
그 시대 젊은 용 중 가장 강했던 두 사람은 자연스레 두 세력의 수장이 되어버렸죠.
자연스레 그들의 갈등은 깊어져만 갔습니다.
 
그들이 갈등을 없애기 위해 아무런 노력도 안 했냐고요?
당연히 했습니다.
물론, 여동생만 했지만요.
 
오라버니는 여동생이 갈등 해결을 위해 다가올 때마다 침묵하며 회피했습니다.
결국 여동생도 이런 관계에 지쳐버렸고, 더 이상 노력하지 않았어요.
 
:
 
인간에게는 오랜 시간인, 용들에게는 짧은 시간인 200년간 전쟁이 이어졌습니다.
승자는 누구였냐고요?
"말살파"
여동생이 이끄는 곳이 결국 승리했습니다.
 
승리한 여동생은 해야 할 일이 있었어요.
"반대파 수장 죽이기"
상대파의 수장, 자신의 오라버니를 자신의 손으로 처단해야 했습니다. 망설이는 여동생을 바라보던 오라버니가 말했어요.
 
"
미르야, 얼른. 너만이 해낼 수 있는거 알잖아. 이 오라비는 괜찮다니. 끝내고, 저들과 축배를 들러 가야지."
 
수장이라면, 수장답게.
 
여동생의 머릿속에 떠오른 그 말.
자신의 의무를 수행할 수 밖에 없게 만든 그 말.
 
그 순간.툭, 투둑. 오랫동안 말라있던 여동생의 눈물샘에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.
 
"
차마.. 차마 수장답게 할 수 없었습니다.
나에게 주어진 의무를 알고 있음에도, 할 수 없습니다."

-------------
"
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용들에게 선포한다.
이 전쟁은 우리의 승리로 끝나게 되었다.
...
...
...
패자들의 처분은 내가 할 것이며, 인간에 대한 처분 역시 내가 결정할 것이다."

 
그 자리에 있던 모든 용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하자, 여동생은 싸늘하게 내려다보며 벽을 쾅, 쳤습니다.
가루가 된 벽을 보며, 모두가 숨을 죽였죠.
여동생이 자리를 뜨고, 오라버니가 있는 곳으로 향하였습니다.
 
수장이라면 수장답게.
저는 이 말을 이행할 수 없었습니다.
... 차마, 오라버니께 그럴 순 없었습니다.

 
 
 
 
 
 
 
은행 - 장수, 장엄, 정숙